쌀나라의 4대 프로스포츠는 야구,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그걸 따라 부르는 우리나라의 4대 인기스포츠는 누가 뭐라 해도 야구, 축구, 배구, 농구일 것이다. 배구와 농구가 그 인기도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요즘은 배구가 더 앞선 느낌이지만서도....
어쨌든 불법적이고 폭력을 수반하여 정당성이 없는 정권을 탈취한 신군부세력이 어케든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이른바 3S정책을 펼쳤고, 딱 그 시기에 TV라는 미디어에 푹 빠진 주인장은 3S정책이 원하는대로 스포츠 관람에 빠져 살았었다. 여름엔 주로 야구, 겨울엔 농구와 배구를 오가며 곁가지로 축구에 4년마다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을 즐기느라 기타 비인기 스포츠와 국대 축구까지 즐기며... 결국엔 지금도 스포츠 관람에 적지않은 시간을 소비하는 이생망이 되어 버렸는데....
오히려 선경그룹은 겨울스포츠에서 더 먼저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어쩌다보니 농구대잔치에서 응원하는 팀이 동방생명-삼성생명이었었고, 그 라이벌은 화장품 회사(한국화장품, 태평양화학)이나 국민은행이었지 선경은 그냥 중하위권 팀이었었다. 그러다가 삼성생명에 정은순 선수가 들어올 때, 고교동창인 유영주 선수가 당시 SKC 농구단에 들어가고 이후 여자농구계의 서장훈이라 할 수 있는 정선민과 김지윤이 들어가더니, 삼성생명을 누르고는 농구대잔치 여자부의 최강팀으로 군림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응원하는 팀의 라이벌이라 미운 이미지 일단 찍고 들어가는데.....
농구대잔치의 인기에 힘입어 남자농구가 프로리그를 출범하려 할 때, 추가 팀으로 원래는 진로(맞다 그 소주회사)가 참여하기로 하고 1997년에 창단하고, 그리고 그 해에 신생팀 지원으로 대학 2팀의 졸업선수를 다 데려가는 특혜를 받았는데... 1998년 드래프트 Top Two는 바로 한국 농구계의 레전드인 서장훈,현주엽이 한꺼번에 나오는 상황. IMF로 진로가 리그에 참가도 못하고 팀을 매각하고, 서장훈/현주엽 두 명을 다 뽑아갈 수 있는 상황이 되니 SK가 바로 관심을 보이고는 매입해서는 탄생한 팀이 바로 청주 SK 나이츠. 당시 다니던 학교 연고지의 대전 현대와 이상민을 응원하던 입장에서 또 라이벌 팀이 생기는데 그게 또 SK. (물론 첫 시즌인 1997-98에는 10개 팀 중 꼴지를 했지만)
근데, 여기까지 가기도 전에 선경그룹이 싫어진 큰 이유 중 하나는...
이동통신에 정유회사까지 독점적 기업이었던 선경그룹은 IMF 위기에 그닥 흔들리는 것같이 보이지 않았던 건 진로에게서 남자 농구 프로팀을 250억이란 돈을 투자해서 매입할 정도였는데, 바로 그 다음해인 1998년 초, 여자농구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유영주, 정선민의 SKC 여자농구단을 우승 다음날에 바로 매각 발표를 해 버리면서, 당시 선수들은 물론 여자프로농구리그의 창단멤버로 참여하기로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 시점이 묘해서 마치 여자농구로는 돈이 안 되니 더 많은 돈을 투자해서 더 많은 걸 뽑아 먹을 수 있을 거 같은 남자농구로 갈아탄 느낌. 어찌되었든 여자프로농구리그 출범도 연기되는 등 선경그룹이 여자농구계에 날린 빅엿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
여기에 여자배구에서도 나름 선경 여자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가 90년대 리그 9연패의 무적의 호남정유 시대의 마지막 대항마로서 활약. 호남정유의 92연승을 저지하기도 하고 1997~8 시즌에는 준우승까지 했지만... 역시나 SKC 여자농구단과 함께 그룹 구조조정이란 이유로 매각. 국가대표급의 강혜미, 장소연 선수 등이 결국 현대건설로 이적하면서 현대건설이 부활해서 호남정유의 10연패를 막는 밑거름(?)이 되어주는... 이렇게 우승권의 여자 프로팀을 매각하고 한 일이 남자 프로농구팀 창단과 함께... 2000년 1월 결국 구단 해체를 해버린 프로야구 쌍방울 레이더스를 기틀로 해서 (매입이 아닌 해체 후 웨이버 공시된 선수들 줍줍으로) SK 와이번스라는 프로야구단을 출범시키는... 여자농구, 여자배구에 비해 프로야구단의 운영자금이 훠월씬 많이 들어가는 게 뻔한데도, 경영 효율화나 IMF 운운하면서 저비용의 여자 프로스포츠 팀을 없애고 고비용의 프로야구단을 만든 건 두고두고 곱게 볼 수만은 없는 일. (그리고 그 팀이 내가 응원하는 야구팀의 앞 길에 고춧가루만 뿌리고 다니는 건 더 꼴보기 싫은 일... 물론 2019년 제대로 발라줬지만...)
개인적으로는 졸업하고 실업팀 간 지 1년만에 후배에게 제대로 된 폭력농구를 보여줬던 SK 나이츠의 영구결번 감독님 때문에도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도 있고......
정말 주구장창 길게도 썼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스포츠에서는 한 번도 선경/SK란 그룹이 좋은 이미지였던 적이 없구나.... 적어도 주인장에게는.....
왜 이런 글을 갑자기 쓰게 되었냐면.... 수원 프랜차이즈의 축구 팀이 제주 원정이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를 거 같아서 그 원정경기 보러 갔다가 정말 그게 현실이 되는 장면을 보고 나서는...갑자기 SK라는 그룹의 스포츠단 운영이 궁금해서 뒤져봤더니 전부 싫은 기억 뿐들이더라는...
야구단도 올해 제대로 폭망의 길이었는데, 축구단도 기업구단으로서 3번째로 K2로 강등되고, 2006년 피눈물 흘리며 이후 새로이 창단한 부천FC와 그 서포터즈(이전에는 부천SK 서포터즈였었을)들과 2020년 이른바 부천더비를 하게 된, 지옥을 맛보게 된...... 2019년은 SK에게는 가히 폭망의 한 해가 아닌가 싶고.... 영원히 그 고통 속에 남길 바래. (^^)
사족)2006년 제주로 갈 때도, 다른 구단들의 원정 이동 관련해서 전혀 고려는 안 해줬는데.... 이젠 K2인데, K1보다 더 구단 사정이 안 좋은데, 과연 제주 원정 비용들을 어떻게 충당하게 되고 그로 인해 구단 운영에 더 부담이 되어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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