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말 IMF가 터지고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모기업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프로야구단들도 모기업의 사정에 따라서, 구단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는 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나 가을야구의 단골손님이자, 당시 16번의 시즌에서 9번, 그것도 현 챔피언인 타이거즈의 모기업인 해태의 도산은 결국 같은 호남 팀이었던 쌍방울과 함께 선수들을 팔아 운영자금을 모으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팀간 전력의 극심한 불균형이 오고야 말았다. 주인장이 응원하는 팀이 우승하기는 했지만, KS에서 10점 이상이 나오는 극심한 타고투저에 실력 불균형에 의한, 길고 지루한 경기가 반복되고.....
거기에 2002년 월드컵으로 프로축구로 강력한 대항마가 나오고, 그 와중에 2004년 병역비리 사건으로 각 팀의 대부분의 젊은 유망주들(지금 보면 현재 각 팀의 레전드라 불리는 선수들도 있음)이 구속되거나, 재검을 통해 군 생활을 하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하지만, 병역비리 사건은 그냥 단일 사건으로 가장 큰 사건이고 임팩트가 컸을 뿐, 이미 그 전에 야구로만 잘 하면 되고, 성적만 잘 나오면 된다는 생각에 이미 도덕적 해이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팽배해 있었다.
딱 잘라서 그 이전은 놔두고 1998년부터 병역비리 사건이 터진 2004년까지만 봐도 정말 다사다난했다.
- 이종민(OB) 무면허 뺑소니 사건 및 구단 복귀 처리(1995~1996)
- 박철순 코치(OB) 음주운전(1997)
- 서용빈(LG) 병역면제 뇌물 스캔들(1998, 최종 무죄 판정)
- 소상영(OB) 2군 내 후배 구타 사건 및 박철순 코치 옹호성 반발 사표 사건(1998)
- 유남호 코치 등(해태) 심판 구타 사건 (1999, 2회)
- 강혁(OB) 음주운전(2000)
- 신윤호(LG) 일반여성 폭행 사건, 실형 (2001)
- 김성한 감독(해태), 2군 선수(김지영) 구타 사건 (2002)
- 해태 구단, 김지영 시즌 후 방출(2002)
- 롯데, 임수혁 선수 치료비 지원 중단 (2002, 2000년 사고 발생)및 법정 다툼
- 진갑용(삼성) 도핑약물 적발 (2002, 후배 국대 보내려고 일부러 그랬다는 개드립 시전)
- 이종범(해태) 장나라 시구 타격 사건 (2002, 이후 '결혼했는데 (다쳤으면) 데리고 살아야 하나' 드립 시전)
- 임창용(삼성) 간통(2003)
- 김재현(LG) 음주운전 (2003)
- 정수근(롯데) 음주운전, 일반인 폭행(2004)
- 서승화(LG) 윤재국 고의로 다리 걸어 십자인대파열 (2004, 윤재국 결국 은퇴)
이후에도 음주운전, 폭행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고,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 참사로 정말 야구가 왠만한 비인기 종목만큼의 관중점유율을 보이면서 암흑기가 이어졌는데... 그게 결국 해소된 게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반전을 이뤘는데...
위에 기술한 내용과 2021년 현재 상황이 크게 다른 게 뭐가 있을까 싶다.
그리고 또 세상은 많이 변했고, 마케팅 세계에서 유명한 말 중 하나인 '나이키의 경쟁 상대는 닌텐도'라는 얘기처럼, 프로야구의 경쟁 상대는 프로스포츠가 아닌 다른 여가생활, 취미생활들인데....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도 경기 시간이 일정하지도 않고 너무 길지만, 그동안 쌓아둔 팬층으로 그나마 버틴 거였는데, 이렇게 실망스런 모습만 보이고 있는데다가.... 이미 젋은 세대들은 순간순간 변하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즐기는 것들을 좋아하는데, 과연 도덕적으로도 망가져 사회면에 실릴 기사들만 잔뜩인 프로야구를 누가 일부러 찾아와 볼까....
그래도 프로야구가 한국에선 가장 인기 프로리그...라고 얘기하고 싶은 1982년 창단 이후 골수 팬인 나마저도 이젠 손절하고 싶어지는 요즘 프로야구 판이다.
2차 암흑기라고 하는데... 솔직히 2차가 아니라 그냥 영구히 암흑기가 될 듯 싶다. 어차피 전세계에 야구하는 나라가 그리 많지도 않고, 올림픽 정식종목도 야구에 목숨 건 한국,일본,미국 정도에서 개최하지 않으면 포함되지도 않는 보편적이지도 않은 종목인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