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20 FA 시장은 거의 뭐 엄동설한이다. 포수 기근 상황에서 이지영이 키움과 FA시장이 열리자마자 비교적 낮은 가격(예년 대비... 그러나 올해 시장 상황을 보면 그리 낮지 않은)으로 계약을 해 버리고.... 4년이 아니라 6년을 주장했다는 뭐 그런 선수도 있었고, 그나마 이번 시장에서의 최대어라고 하는 선수가 2+2라는 KBO에서는 처음 보이는 계약 형태로 계약을 해야 할 만큼 시장이 얼어버린 건 사실이다.
FA들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만든 것도 구단이요, 이렇게 엄동설한을 만든 것도 구단인데, 구단에 대한 비난은 찾아보기 힘들고, 거기에 가성비니 MLB, NPB 비교하며 뭐라 하는 일부 사람들 보면 다른 나라에서 살다 오셨나 싶은 맘도 있지만...
어쨌든 총관중이 줄고, MLB처럼 팀수가 많아서 각 팀별로 실제 지향하는 목표가 다른 것도 아니고... 어쨌든 시즌만 시작되면 무조건 우리 팀은 가을 야구 가고, 가을 야구 가면 일단은 우승부터 노리고 보는 팬들 앞에서, 적어도 3,4년 안에는 우승을 하는 건 감독 자리, 단장 자리 보전하는 유일한 길인 게 KBO 특징이다 보니, 구단주가 먼저 나서지 않는 이상, 선수 하나 둘 영입해서 가을 운명이 바뀔 게 아니면 남의 선수 데려오느니 싸게 구입(?)한 어린 선수들을 키워 가는 게 돈 많이 썼다는 욕까지는 안 먹어도 되는 상황.
하지만, 자꾸 이렇게 되면 노장 선수들이 자꾸 FA 미아가 되면서, 원치 않던 은퇴로 사라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안 그래도 경기력 논란이 있는 마당에 나름 경력이 쌓인 선수들이 사라지면서 경기력 저하도 염려할 상황이 되는 등, 야구판 자체의 위기가 올 수도 있는 상황. 원래는 내 껀 돈 주긴 싫지만, 남의 껀 그래도 조금만 써서 가져와 보자는 구단과, 구단이 깔아놓은 판에서 어케든 살 방법을 찾아야 한 선수협이 나름 합의에 도달한 게 FA 등급제. 결국, 분위기가 무르익더니 2020년 1월 21일, KBO 이사회에서 FA 등급제를 2020년 시즌이 끝나고 도입(2021 FA)하는 것으로 확정하였다.
FA제의 가장 핵심은 모든 FA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던 보상제를 이제 A,B,C 등급으로 나눠서, A급이 아니면, (선수 입장에서는) 쉽게쉽게, (구단 입장에서는) 싸게싸게 스토브리그에 움직일 수 있게 하자는 건데....
일단 등급제 구분을 보면, FA 계약선수를 제외한 선수 중에서 자신의 최근 3년간 평균연봉이
A 등급: (팀 내 1~3위이면서 KBO 전체 1~30위 이내)
B 등급: (팀 내 4~10위이면서 KBO 전체 31~60위 이내) or (두번째 FA 신청)
C 등급: (팀 내 11위 이하이거나 KBO 전체 61위 이하) or (세번째 FA 신청) or (이전 FA B등급) or (만 35세 이상)
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첫 시행되는 2021 FA의 경우에는 유예기간 개념으로 A 등급에 한해 두 조건 중 하나만 만족하면 A 등급으로 한다고 발표되었다.
이 등급이 결정되면 그에 따라 보상도 달라지는데
A 등급: 현행 유지 (전년도 연봉 300% 또는 전년도 연봉 200%와 보호명단 20명 외 보상선수 1인)
B 등급: 전년도 연봉 200% 또는 전년도 연봉 100%와 보호명단 25명 외 보상선수 1인
C 등급: 전년도 연봉 150%
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전체 연봉 30위 안에 드는 게 만만치 않아 보여 A 등급은 없을 거 같아 보이지만, 여기에는 FA 선수 제외라는 강력한(?) 조건이 하나 있다. 아래는 KBO 공식 앱과 홈페이지 발표 자료를 통해 2018년 2019년 연봉 1억원을 넘긴 적이 있는 선수들의 명단이다 (2020년은 각 구단별 재계약 완료 발표 기사와 개별 FA 계약 기사를 참조했다)
A등급에 해당하는 30위 내로는 FA가 아닌 선수는 박병호, 김재환, 나성범 뿐이다.
2021년 완화된 조건으로 FA 등급을 적용하면, FA 대상자 중 나이가 만 35세가 넘을 예정인 윤석민, 박희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팀 내 3위 이내이거나 전체 30위 이내라서 다 A 등급이 되는 상황.
최대 42명이 대상자가 될 수 있는데, 이 중에 만 35세가 넘어서 무조건 C등급으로 되는 선수들이 무려 25명. (그 외 유일한 C등급은 유원상.) 은퇴 시즌을 선언한 모 선수를 제외하고라도, 꽤나 많은 선수가 등급제가 도입 되어도 FA 미아가 되어 은퇴할 선수들이 보인다. 이미 박정배 선수는 20FA인데 질롱 코리아에서 재취업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중이고... 팀 사정에 따라, 1+1 계약 정도. 거기다 연봉이 최상위권인 일부 선수는 현재 팀에서 은퇴식이라도 해 줄 요량이 아니면 그 팀이 아니고는 갈 곳도 없어보이는 게 현실.
35세 미만의 FA 대상자에서 일단 투수만 보면....
일단 양현종이 제일 눈에 띄지만 몸값이나 팀에서의 위상을 감안하면, 해외진출이 아닌 이상 계속 KIA에 남을 것으로 보이고, 그 외 선발급은 유희관(A), 차우찬(B), 백정현(A), 이용찬(A) 등이 보이지만, B급인 차우찬의 몸값이 A급인 유희관, 백정현, 이용찬 등보다 높아 쉽게 움직이기 힘들어 보인다.
우규민(C급)도 몸값이 여전히 비싸고, 대규모 연봉삭감이 예상되는 장원준(C급)이나 안영명, 윤규진보다는 유희관, 이용찬, 백정현이 투수력이 약한 팀에게는 매력적이긴 할 듯. 불펜투수로 A급인 김상수와 김세현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김상수가 나은 편이지만, 키움이나 SK나 모두 젊은 불펜들이 잘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녹녹치 않을 수도 있을 듯.
타자는 A급에 김성현이 있지만 수비에 문제가 있고 타격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서, 그닥 관심을 받지 못할 듯 하고, 오히려 B급인 이원식이 나아 보이나 타자 친화적인 라이언즈파크에서 뛰고 부상이 잦은 게 단점.
그러고 나면 남는 선수는 전부 두산 소속의 A급 선수들인 오재일, 정수빈, 허경민, 최주환과 B급의 김재호. 김재호가 수비력은 나온 FA 선수 중 최상이지만 그 다음시즌인 2021년에 35세가 되는 나이 문제가 있고 아직 류지혁이 성장하지 않은 상황이고 두산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결국 오재일, 정수빈, 허경민, 최주환이 투수/타자를 다 합쳐도 가장 매력적인 FA가 될 듯. 20년 연봉이 아직 확정이 되지 않았지만, 김재환이 감봉되어 올해 두산 타자 중 최고 연봉이 될 김재호가 6억대인 걸 생각해보면, 아무리 증가해도 5억은 안 될 거라고 보면, 이대호의 보상금보다는 훠월씬 작은 상황. 오재원이 재계약을 한 상황이고, 서예일이 복귀한 상황에서 최주환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최주환의 경우, 풀타임으로 한 시즌을 공수를 모두 전담한 적이 많지 않아서, (올해 연봉 삭감이 예상되지만) 오재일, 정수빈, 허경민 못지 않은 연봉에다 이번에는 안화된 등급제 덕에 넷 다 모두 같은 A 등급이라, 조금만 더 쓰면 코너 내야가 필요한 팀에서는 수비는 확실히 보장되는 허경민이나 오재일이 더 매력적일 수도. 허경민과 정수빈은 원팀맨을 남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지만, 두산의 경우 무려 10명이나 FA 대상인 상태에서 김재호를 기본적으로 재계약으로 본다면, 남은 돈으로 유희관, 이용찬, 오재일, 허경민, 최주환을 다 잡는 건 무리일 듯 보인다. 지금까지 두산이 해 온 걸 보면... 올해 두산 불펜의 성장세에 따라서는 김승회, 권혁, 이현승은 은퇴로 몰릴 수도 있을 듯. 장원준은 올해도 부활이 안 되면 또 FA 신청을 보류할 수도 있을 듯 싶다.
시즌권 재계약 기간인데..... 2021 FA를 보니, 21 시즌에는 시즌권을 안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