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22일 토요일

[후보이야기 015]임요환

솔직히 난 Starcraft라는 오락을 잘 하지 못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실시간 전략 게임, 이른바 빠른 반응과 키보드 및 마우스 조작이 필요한 게임들에는 젬병이다. 느긋하게 앉아서 하는 '삼국지' 같은 오락이나 쉼호흡이 가능한 스포츠 오락 정도... 적어도 PC나 콘솔 게임에서 좋아하는 장르는 그렇다. 그래서인지 Starcraft도 시나리오 모드로는 조금 해봤어도 온국민-정확히는 내 세대 전후로 불어닥친 Starcraft 열풍에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었다.

근데, 언젠가(2002년쯤 되는 거 같다) 케이블 TV를 돌리다가 PC 게임을 중계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신기해 하며 한 두번 보기 시작하다 그걸 보고 즐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 (다들 그렇듯이) 가장 잘 나간다던 임요환에게 반해 버리고 말았다. 




어제 간만에 집에서 Starcraft 중계를 봤다. 신기하게도 임요환 경기였다. 한동안 케이블 TV에서 하는 Star 중계를 끊었었고, 그 시기와 비슷하게 임요환이란 선수도 나이가 들어서 이젠 노장 아니 할아버지 선수가 되어서는 적어도 내가 가끔 보는 메이저 경기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근데, 그 임요환이 메이저 4강에 들었다길래, 식사도 안하고 죽치고 앉아서 봤다.

경기 결과야 다들 알겠지만, 처음 2경기를 보고는 참 잘 싸웠는데, 세월의 힘은 어쩔 수 없나라는 생각을 했다. 근데, 3경기 단 한 번의 상대방 실수의 힘입어 기사회생했다. 솔직히 이 때도, 적어도 3:0 완패는 면하나 했다. 근데, 4경기도 이겨 내더니 5경기도 초반 필살 전략을 간파 당하고도 물량전 끝에 3:2로 역 Sweep을 해버리는데... 

왠지 모르게 눈물이 뭉클....사진의 모습처럼 저 선수가 저렇게 기뻐하며 세레모니를 한 적이 있었나 싶은게... 

워낙 인기도 많고 실력도 대단한 선수라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지만... 이제는 아련해진 내 지난 시절의 조그만 하나의 기억 속의 인물을 다시 이렇게, 그것도 예전 모습, 아니 더 당당한 모습으로 볼 수 있다는게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팬이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서 그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다들 '가을의 전설'이란 말을 한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Star의 전설'이 있다면 누가 뭐래도 임요환이 아닐까... 명예의 전당 같은 게 생긴다면 헌액 1호가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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