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실업 League 였다고 둘러 대고 있고, 실제 Pro League라고 하기엔 많이 모자랐지만, 그래도 매년 겨울이 오면 이른바 '점보 시리즈'와 '백구의 대제전'은 추운 겨울, 집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는 국민학생이었던 주인장에게는 좋은 소일거리였다. 초창기만 해도 이충희, 이원우의 현대와 김현준, 김진의 삼성이 엎치락뒷치락(그래도 현대가 조금 앞섰다) 하던 시기, 승자 쪽에 주로 섰던 현대를 응원했서 농구는 늘 짜릿한 승부 후의 승리의 쾌감을 느꼈지만, 배구의 경우엔 지금은 감독으로 돌아온 현대(당시 현대 자동차서비스)의 김호철이 떠나고는 맨날 뭔가 비겁해 보이는(대단히 조직적이고 기술을 요하는 속공이지만, 펑펑 시원하게 때려내는 Open 공격을 주로 하는 거포들이 즐비했던 현대에 비해서다... 쩝) 고려증권이 늘상 이기는 걸 보고는 속으로 많이 안타까워 했었다.
뭐, 머리도 굵어져서 중딩, 고딩이 되고 놀러다니느라 바쁘던 시절, 때마침, 농구의 삼성-현대 라이벌 관계는 유재학-정덕화-강정수-허재-김유택-한기범을 앞세운 기아에 쨉도 안 되었고, (거기다 현대 감독하다 기아로 옮긴 방열 전 감독에게도 감정이.. ㅋㅋㅋ) 늘상 대학 최고라는 거포들 데려와서는 연봉도 쨉도 안 되는 고려증권에게 맨날 깨지는 배구도 재미가 떨어져서.. 한동안 겨울 Sports라는 건 잊고, 학업(!)에 매진했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겨울날, (삼가 고인에게는 죄송하지만) '박동희, 방화범(아마 그날 연속 세이브 기회를 날렸을 거다)'라는 자극적 Title을 거는 걸 주로 하던 모 Sports 신문을, 1면 구석탱이에 있는 '연세대, 거함 기아 격침'이라는 기사를 보고는 아무 생각없이 샀었다. 당연히 기아가 이기리라 생각하고 중계되지 않았던 그 경기, 당시 고졸 예정자들은 2차 대회부터 참여할 수 있다는 규정에 의해 고3 겨울 방학에 연세대 선수로 '농구 대잔치'에 데뷔했던 빡빡머리 이상민의 손 끝에서 결승골이 나왔다는 기사를 본 순간, 당시 연세대 농구단은 물론 '이상민'이라는 이름 석자는 날 다시 겨울철마다 Sports를 챙겨보게 만들었다. 오성식, 정재근, 이상범, 김재훈, 문경은 그리고 이상민... 연세대 최전성기라 불리는 시절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연세대 신화의 시작이었고, 결국 서장훈, 우지원, 김훈까지 가세해서는 대학 Team으론 최초로 93~94년 농구대잔치를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었다. 물론, 김병철, 전희철의 고려대나 홍사붕, 김승기, 김영만의 중앙대도 잘 나갔지만, 국보급 센터라는 서장훈을 만난 덕에 급성장한 이상민이 이끄는 연세대를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그 다음 해, 김병철과의 충돌로 이상민이 실려나가고, 작년만 해도 같이 뛰던 문경은이 진두지휘하는 골밑 아래 Bully들에게 집단 Lynch를 당한 서장훈이 목 부상으로 실려나가 구본근, 김택훈으로 땜빵을 해야 했던 연세대가 눈물을 흘렸을 때는 엄청 분개했던 기억도 나는데...
Pro League 생기고, 조성원이란 슛쟁이와 든든한 용병 Center, 그리고 마당쇠에서 이젠 팀의 No. 1이 된 추승균까지 갖추면서 늘상 Title을 위협하던 Team을 이끌며, 'KCC=이상민'이라는 공식과 함께 아직도 All Star 투표 1위를 차지하는 전국 Star인 그가, 마침내 세월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한 Team에서만 뛰며 명예로이 은퇴하고 지도자 수업하겠다는 맘으로 거의 50%나 연봉을 삭감 당하며, 재계약을 했건만... 거기다, 어찌 보면 자신의 선수 생활 중에서 가장 화려했을지도 모르는 대학 시절의 듬직했던 후배가 자길 찾아 왔다는 그 순간, 그 후배가 오는 바람에 역으로 10여년간 피땀 흘렸던 Team에서 팽 당하고는 생면부지의 Team에서 뒷방 노인네가 되야 하다니...
Franchise Star를 저렇게 팽하는 Team이라니... '삼성 가서 다시 확 불꽃을..'이라고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그냥 은퇴 선언 해 버리고, KCC를 물 먹여 버렸으면 좋겠다. 삼성이 알아서 안 선택하길 바랬다니... 이게 무슨 망발인지... KCC에 보호 선수로 제외한 서장훈, 임재현, 추승균 말고 데려 갈 선수가 현재 누가 있던가... 이정석,강혁, 이규섭 이렇게 Front가 나름 튼튼한 삼성이 뭐가 아쉬어서... 돈도 안 되고 Bench만 지킬 선수를 데려간다고 생각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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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에서 이상민이 다른 모든 농구 Fan들은 물론 주인장의 눈길을 끌었다면, 배구는 단연 신진식의 성균관대였다. 배구는 이미 초창기부터 대학 선수들이 주목을 받았지만, 다시 눈길을 끌기 시작한 건 하종화, 강성형으로 대표되던 한양대와 노진수, 마낙길로 대표되던 성균관대였다. 하지만, 이들이 졸업하고 90년대 초에 주인장이 좋아하던 현대에 입단했지만, 늘상 현대는 시원시원한 Open 공격은 있지만, 결국에는 패자였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라며 '임꺽정'이라 불린 임도헌까지 믿어 봤지만, 고려증권이 무너진 건 프로야구에서 해태가 그랬듯이 모 기업이 무녀져서였지, 팀이 무너진 건 아니었었다. 그러던 즈음, 대학세의 마지막 끝물로 등장한 한양대의 김세진과 성균관대의 신진식. 잠시나마 배구가 그 마지막 불꽃을 지피던 시절 국제대회에서 날고 긴다며 이름 날리던 김세진과 신진식. 그 중에서도 외모도 조금 떨어지고 키도 조금 작지만,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갈색 폭격기'의 신진식은 이전의 길쭉한 팀의 주포들과는 다른 Image라 꽤나 매력적이었고, 말들이 많지만, 어쨌든 김세진과 한 Team이 되면서 Untouchouble로 거듭나는 신진식에 꽤나 매료되었었다. 이후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 그렇게 때려 넣고 독주하면서 배구 열기 다 망쳤다 비난 하지만, 그 돈 때려 붓고도 못 하던 다른 Team도 문제 있는 거 아니냐며, 신진식의 호쾌한 Spike를 나름 열심히 응원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 도하 Asian Game에서 나름 Pro라고 깝죽되던 인기 구기 종목에서 그나마 Gold 따오며 체면치레를 한 건 배구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난 세월의 팀의 핵심 전력에서 수비까지 도맡아 하는 살림꾼 큰 형으로 거듭난 신진식이 있었고... 그래서 더욱 더 그 Gold가 의미가 더 크게 다가 온 게 아닌가 싶은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경쟁팀에게 우승을 내 준 삼성화재 배구단이 김세진에 이어 신진식, 김상우 등 원년 Member이자 10년 권세를 가능하게 했던 핵심 Member와 재계약을 안 하겠다는 기사가 났었다. Team의 Rebuilding 차원이라고 하지만,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 비교적 은퇴 나이도 빠르고, 또 Team 수가 부족해 선수 생명도 그닥 길지 않는 편이니 나름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펄펄 날던 신진식을 그냥 곱게 은퇴시키겠다는 Front나 Coach진의 결정... 이 역시 날고 기던 신진식도 세월의 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싶었다.
아직 어찌 될 지 모르지만 충격에서 못 벗어난 이상민이 비해, 그래도 조금만 더 뛰겠다며, 뛸 수 있을 때까지 선수로 남겠다며, 이적까지 고려하던 신진식에게는, 구단 고위층에서 구원의 손길이... '다른 Team에서 뛰는 신진식은 이상하다'며 어케든 남게 하라는 구단 고위층의 지시.
비록, 아직도 구단 고위층의 눈치를 봐야하는 구시대적 운영 방식이 맘에 안 들지만, 그래도, Team을 대표하는 선수에게 모양새는 갖춰주겠다고 하니, 똑같이 세월의 힘에 무녀져 가던 상황이지만 이상민보다는 신진식의 상황이 더 나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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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Team을 대표하던, 아예 뼈를 묻는 심정으로 뛰던 Icon들이 토사구팽 당하는 모습을 보고, 그 누가 Team을 위해 최선을 다할지, 그리고 그 어떤 Fan들이 자신의 Team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지.... 다시금 Smoltz옹과 재계약해준 Braves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낼 뿐이다.
@역시 난 길게 글 쓰면 삼천포로 빠져..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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