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0일 토요일

화수분 야구의 맞대결, 두산 일단 앞서 나가다.

2년전 5전 3승2패, 그것도 한 팀이 2승 후 상대팀이 3연승을 한 리버스 스윕이라는 명승부를 보여주며 전쟁을 벌였던 넥센과 두산이 2015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사실 2013년의 준플레이오프는 내용 상으로는 양 팀이 서로 이기라고 떠먹여주던 팬들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경기였습니다. 양 팀 모두 베테랑들이 다 은퇴 또는 다른 사정으로 제 역할을 못 해주고, 겨우 주전을 꿰찬 막 중견으로 들어선 선수들과 1군 풀타임이 1,2년 밖에 안 되는 아기들로 구성이 되서 포스트 시즌의 압박감을 잘 이겨내지 못했었죠.

그러나, 2년만에 순위를 바꿔서 만난 두 팀은 당시 그 선수들이 제대로 성장해서는 오늘은 제대로 된 진검 승부를 보여줬네요.


올해 부상으로 에이스, 그리고 연봉 킹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두산의 니퍼트는 2년전 구원 등판을 자청했다가 3점홈런을 맞고 무너지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는 등 포스트 시즌에서만은 그닥 좋은 결과가 없었었죠. 하지만, 오늘은 왜 그가 단순히 용병이 아니라 '니느님'으로 불리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투구를 했습니다. 큰 키를 이용한 직구를 내리꽂으며 빠른 승부를 보임으로써 7회까지 호투를 보여주며, 팀이 역전할 발판을 만들어줬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제대로 뛰지 못한 그 여파는 단 2개의 실투에서 여실히 드러났는데요. 몸쪽 높게 들어가긴 했지만, 예전같았으면 150대의 직구에 타자들이 밀리곤 했는데, 이 공이 가볍게 날리다 보니 박동원, 그리고 박병호에게는 승부구로 힘을 다해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몸쪽 높은 150의 그 공이 홈런으로 이어지더군요. 고종욱, 박동원, 김하성 등 2년전에는 후보군에 있던 선수들이 급성장한 그 뒤에는 자신의 기록보다는 팀배팅에 충실했던 2년연속 50홈런의 박병호(오늘도 홈런 하나에 희타로 2타점)가 있었죠. 덕분에 넥센은 실제로 전체 경기를 계속 이겨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산 역시 그리 녹녹하진 않았습니다. 3,6,9 놀이 하느라 3번 6번 9번에 위치한 민병헌, 오재원, 김재호가 자꾸 흐름을 끊는 모습을 보이며 공격이 그리 원활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베테랑들과 용병 사이에서 당당히 자기 자리를 잡은 정수빈 그리고 허경민이 팀의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첫 득점도 이 둘이 만든 무사 1,3루에서, 두번째 득점도 정수빈의 적시타, 3번째 득점도 이들이 만든 만루찬스에서 나왔죠.
그리고 넥센의 박병호만큼이나 메이저리그행이 가능할 거라고 회자가 되고 있는 김현수도 예전의 조급한 2땅이 아닌 팀을 위한 타격과 출루를 기록하는 등 이제는 팀의 중심으로서의 모습도 보여주더군요.


결국, 양 팀 모두 선발과, 타선에서는 팀 기둥과 신참들이 부담감 있는 1차전을 잘 치뤄준 반면, 차이점이 발생한 것은 양 팀 모두 약점으로 지목이 되었던 불펜이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윤명준, 노경은이 방화범으로, 시즌 후반에는 잘 던지던 진야곱 등이 자꾸 구멍이 되면서 그나마 쓸만하다고 한 함덕주와 이현승, 그리고 원래 미국에선 불펜이었던 스와잭 포함 이현호, 허준혁 등을 모두 불펜으로 내린 두산. 
니퍼트에 이어 나온 함덕주, 스와잭, 이현승 모두 빠르게 정면승부를 보였습니다. 이게 2:2로 따라갔다가 바로 3:2로 실점하는 모양새로 이어지긴 했지만, 적어도 빠르게 수비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호투하던 양훈을 생각보다 빨리 내려버리면서 손승락, 한현회, 조상우 단 3명만으로 포스트 시즌 전체를 꾸려가야 하는 넥센 불펜은 결국 과부하로 인해 자멸하고 말았습니다. 와일드카드 전에서도 투구수가 많았지만 1차전으로 끝내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봤지만, 계속되는 타자들과의 풀카운트 접전에 손승락, 조상우는 모두 40개 가까운 투구수를 기록하면서 점수까지 내주고 마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선발로 쓰던 김택형을 결국 연장에 내 봤지만 경험 부족, 기세 부족이었죠.


일단은 정수빈/허경민/박건우/최주환 등 두산의 화수분들이 이제는 제대로 성장했음을 알리며 1차전을 가져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는데, 시즌 막판 기세가 오르던 최주환과 박건우가 부상으로 선발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꾸만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는 민병헌/오재원이 제 역할을 해 주지 못한다면, 1차전처럼 끌려가는 상황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거기다, 내일 선발은 둘 다 상대방과의 성적은 좋지 않았던 투수들인지라, 어느 한 팀이 초반에 대량득점을 하면 그대로 끝날 공산이 커 보입니다. 그리고, 잠실에서도 홈런포의 위력을 보인 넥센쪽이 대량득점 승리에 더 가까워 보이구요. 

장원준이 잘 버텨주고 두산 타자들이 초구 놀이만 하지 않는다면 두산의 뒷심이 그렇지 못하다면 넥센이 1승1패로 목동에서 역전극을 노리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뭐, 팬심으로는 두산이 이겼음 좋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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