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5일 목요일

마지막 목동 전투, 기적의 역전승

2016년 시즌부터는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쓰게되는 넥센 히어로즈. 그래서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치뤄지는 매 경기가 목동구장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될 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첫번째가 2패로 몰린 상황에서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하지만, 타자 친화구장에 최적화된 Ace 벤 헤켄을 앞세워서 5:2의 낙승을 거두며 목동에서 한 경기를 더 하게 되었죠. 이렇게 어렵게 얻은 4차전을 만약 이기게 되고 잠실에서의 5차전까지 이기게 되면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목동에서 야구를 할 수도 있는 상황.

스와잭이 전력에서 이탈하자 시즌 막판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인, 그리고 큰 경기에 강한 새끼곰 이현호가 선발로 투입되고, 1차전에서 어찌 되었건 의외의 좋은 모습을 보인 양훈이 4차전 선발로 다시 나왔습니다.


두산 타자들은 다시 만난 양훈에게 배트에 제대로 맞추는 타구들이 꽤 나오기 시작했고, 6번 지명타자로 기용된 최주환과 목동전용 선수 로메로가 2연속 2루타를 치며 두산이 2회초에 선취점을 낼 때만 해도 양훈은 꽤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넥센의 쉬프트 수비가 두산 타자들의 잘맞은 타구를 범타 또는 병살타(두산은 4개, 실제로는 5개의 병살타를 쳤습니다)로 바꾸면서 게임 분위기를 넥센 쪽으로 끌고 왔고 이에 힘입어 양훈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는 등 야수들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았습니다.

이에 반해 1회에 삼진을 곁드리며 완벽한 투구를 보였던 이현호는 2:0으로 앞선 2회말, 생애 첫 PS 선발승이라는 중압갑을 이기지 못했는지 갑작스런 제구 난조-묘한 스트라이크 존으로 유명한 주심 탓도 좀 있어 보임-로 사구를 남발하면서 피안타 1개에 견제 Error까지 곁드리면서 2:2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3회에도 피안타를 허용했지만, 무실점으로 1회 때 모습을 찾는 듯 보였지만, 4회 선두타자 유한준에게 피안타를 맞자, 두산 벤취는 바로 투수교체를 해버립니다.

게임 시작 때의 공이 이현호가 더 좋았기 때문에, 계속 이현호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어찌 되었든 구원 투수로 나온 노경은. 직관을 했던 저로써는 불펜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이 보이지도 않았던 상황이라 투수 교체가 황당할 따름이었습니다. 한용덕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서 이현호를 내려보내고 기다리는 상황에서도 노경은이 불펜에서 몇 개의 공을 더 던지는 상황이었었고, 최근 구위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주자 있는 상황에서의 구원 성공률이 높지 않던 노경은이라 두산 벤치의 선택이 미덥지 않았는데....
이는 2아웃까지 잡은 상황에서 박동원 포함 3연타를 맞으며 3실점하는 것으로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2차전 이후 오재원, 오재일, 서건창, 조상우, 박동원 등이 양 팀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관심선수가 된 상태에서의 박동원에게의 역전 2루타는 넥센에게 완전히 분위기가 넘어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또 한가지 두산의 실수는 상대전적에서 절대 열세를 보이는 박병호를 상대로 3실점으로 이미 자신감을 상실한 노경은을 5회에 다시 올려세워서는 솔로 홈런까지 허용하죠. 5:2. 여기에서라도 투수 교체가 되어야 했지만, 또 노경은을 고집하다가 김민성에게 안타를 맞은 후에 올린 윤명준도 분위기가 올라버린 넥센타선에게 추가 2실점하며 8:2. 이미 게임이 기운 상태에서 어찌 되었든 투수를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6회에 다시 윤명준이었지만 추가 1실점으로 9:2. 7점차가 안심이 안 되었는지 비디오판독까지 요청하며 번복판정을 받아낼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든 넥센에게 두산의 오른손 투수들은 처참히 무너졌습니다.

뭐, 여기까지 된 상황에서 경기장을 떠나는 두산 팬들, 5차전 표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나오는 건 당연했지만, 여기서 두산의 희망고문이 시작됩니다. 3루수 실책으로 선두타자 최주환이 출루하고, 전 타석 병살타를 치긴했지만 잘 때려내고 있던 로메로가 안타를 치며 만들어낸 찬스에서 수비에서 실책을 범하긴 했지만 2타수 2안타를 치며 감이 오르고 있던 김재호가 적시타를 치면서 9:4. 양훈을 7회 1사에서야 끌어내리는데 성공합니다. 조상우 투구 수가 많은 상태에서 손승락, 한현희를 어케든 끌어내야 했는데 7회 1사, 남은 아웃카운트는 8개로 늦은 감이 없지 않았나 싶었죠. 거기다가 여기서 팀의 4번째 병살타가 나오면서 남은 이닝은 8,9회 달랑 2개.

여기서 두산 벤치는 다시 승부를 겁니다. 윤명준을 내리고는 진야곱을 올리고 3번에서 죽을 쑤고 있는 민병헌을 빼고 박건우를 넣습니다. 진야곱이 어케든 꾸역꾸역 7회말을 막아주고는 8회초. 이미 3안타나 치고 있던 허경민이 66m짜리 3루타를 치면서 어케튼 희망고문을 하는 사이 두산의 3,4번은 선풍기 돌리며 아웃카운트 2개만 늘리고는 달랑 1점, 9:5 하지만, 과부하가 걸린 손승락이 허리 통증을 느끼면서 최주환에게 2루타까지 맞으며 2사 2,3루 상황에 홈런 1방이면 1점차가 되는 상황. 결국 8회까지 막아주길 바랬던 손승락은 한현희로 바뀌고.....  여기서 두산은 의외의 선택을 합니다. 옆구리에게 약하지만 이날 2안타나 치던 로메로를 빼고 왼손 오재일이 아닌 오른손 홍성흔을 냅니다. 경험을 더 믿은 두산 벤치의 선택은 완전 실패. 9:5로 8회초가 마무리되면서 다시금 희망고문은 끝나는 듯 합니다.

두산 벤치는 단 1회만 던진 진야곱을 내리고 다시 오현택을 올리면서 경기를 놓치 않았고, 오현택은 선두타자를 몸에 맞추면서 위기를 자초했지만, 어찌 되었든 8회말을 무실점으로 넘깁니다.

그리고 문제의 9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오재원은 3차전부터 늘상 들었던 넥센팬으로부터의 엄청난 야유와 이에 맞대응하는 두산 팬의 엄청난 환호 사이에서 타석에 들어섰지만, 오재원 답지 않게 풀죽은 이전 타석들은 기대감이 생기진 않았드랬었죠. 하지만, 한현희가 왼손타자에게 너무나 약했던 게, 오재원에게는 도움이 되었는지, 준플에서의 목동 첫안타를 기록하는 오재원. 이 순간 두산의 분위기는 다시 상승세를 탑니다. 그리고 3타수 3안타로 완전히 감 잡은 김재호까지 한현희의 공을 안타로 기록하며 무사 1,2루. 비록 좌타자 정수빈을 플라이아웃으로 잡지만, 4타수 4안타에 시리즈 타율 5할을 기록하던 허경민을 상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넥센은 아끼고 아끼던 조상우를 투입합니다.

이 순간, 나름 두산 시즌권을 4년 이상 하며 꽤나 직관을 해봤던 제 기억에도 잘 없는, 두산 팬들의 일순간 뿜어져 나오는 야유. 사구 관련해서 인터뷰 및 TV 화면에 잡힌 조상우의 말에다가 4차전 당시 분위기에 완전히 Up된 두산 팬들은 응원단장의 타자 응원을 따르는 게 아니라, 조상우의 매 투구 준비동작마다 야유를 퍼붓기 시작합니다. 야유를 듣고도 피식 웃으며 넘기려했던 조상우였지만, 역시나 한 번 바뀐 분위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5안타 경기를 만든 허경민에게 적시타 허용으로 9:6. 그리고 박건우 대신에 3차전에서 조상우와 설전을 벌인 오재일을 투입하며 두산은 분위기를 더욱더 끌어올리려 하고, 여기에 조상우가 볼넷으로 꼬리를 내리고 맙니다. 한 번 내려간 조상우의 분위기는 시리즈 내내 1할대의 타율을 보이던 김현수에게 제대로 된 직구를 뿌리지만, 김현수는 이걸 2타점 적시타로, 그리고 파울 커트로 끈질기게 버티던 양의지에게는 낮은 변화구를 제대로 구사했지만, 좌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허용하며 10:9 역전을 허용합니다. 여기에다가 폭투로 박동원이 공을 흘려버리자 3루주자 양의지가 홈으로 달려들어서 11:9. 결국 조상우는 아웃카운트 하나도 못잡고 6점을 실점하고 맙니다.



두산은 9회말에 바로 시리즈 1승 1세이브를 기록하던 이현승을 투입해서는 마지막 카운트를 박동원의 플라이아웃으로 삼자범퇴 처리하며 포스트시즌 역사상 최다 점수차 역전승(7점차)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목동의 마지막 경기에 승자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망연자실한 넥센 선수들을 뒤로, 기적의 승리순간을 만끽하는 두산 선수들.
미디어데이 때부터 전쟁이라며 살벌한 싸움이 될 것을 양 팀 선수와 벤치가 예고했는데, 이런저런 작은 충돌들이 겹치면서 팬들까지 상대방 선수에게 야유를 퍼부을 정도의 첨예한, 그리고 패자인 넥센에게는 상당히 심한 내상을 남기는 시리즈가 되고 말았습니다.

두산 팬으로써는 일단 시리즈를 이겼고, 니퍼트를 아꼈고, 양의지/김재호 등이 살아나고 최주환과 허경민(!)이 주축으로 컸다는게 뿌듯한 시리즈였지만, 양 팀이 조금씩만 말과 행동을삼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 않았다고는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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