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11일 일요일

5할도 안 되는데 가을 야구를 한다구요?

MLB고 KBO고 정규시즌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그랬죠.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이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라고.... 뭐 적어도 특정팀을 응원하는 야빠들에게는 공감이 가는 그런 얘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주인장이야 다들 잘 아시다시피 곰빠이다 보니 올 2016년 시즌은 불펜들이 삽질하는 것만 제외하면, 늘 기쁘게 너그럽게(?) 한 시즌을 봐 왔드랬습니다만... 뭐, 꿈의 팀승률 7할이네 뭐 이런 얘기가 있었지만, 불펜들이 잘 말아드셔서 6할 4푼 정도로 끝나 보이는데... 리그 전체로 보면 타고투저에 하향평준화로 인해서인지 정말로 승률이 5할이 되지 않는데도 가을 야구를 꿈꿀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글을 쓰는 9월 11일자 현재 4위 SK가 .492입니다.

정규시즌 우승하고 푹 쉬며 다른 팀들이 체력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맘에서야 기존대로 와일드카드전도 하고 뭐 할 거 다 하면서 올라오길 바라고, 또 KBO도 돈 좀 만져봐야하니 그런 생각이지만, 솔직히 5할도 안 되는 팀이 리그 우승을 노린다는 게 참 많이 구리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한 번 뒤져봤습니다. 도대체 5할이 안 되는데도 가을 야구를 하거나 또는 가을의 전설이 된 팀이 있는지 말이죠.

결론부터 말하면, 1903년부터 시행된 MLB의 포스트 시즌에서는 파업으로 비정상적으로 진행된 1981년에 단 1번 5할 이하의 승률 팀이 감히 가을 야구에 진출했었더군요. KBO는 지금까지 총 7번인데, 재밌게도 전후기리그나 양대리그 체제가 아닌 단일리그 체제에서만, 그것도 리그 구조가 바뀌는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그런 현상이 발생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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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MLB를 조사한 내용입니다. MLB야 양대 리그가 있고 두 리그의 1위팀이 World Series를 하는 게 규칙이죠. 그리고 1903년 최초의 WS가 생긴 이후 1968년까지는 양대리그 정규시즌 1위가 WS로 바로 직행했으니, 각각의 단일 리그가 최소 8개에서 최대 10개 팀 중에서 1위를 뽑는데, 승률이 5할이 안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없으니 조사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리고 이때는 리그 전체 팀 중에서 가을야구를 하는 팀의 수는 1/8 또는 1/10이었으니 정말 선택받은 팀이 가을을 즐겨던 거죠.

1969년 최초의 Expansion이 일어나면서, 양대리그는 12개의 팀이 되었고, 그러면서 각 리그는 다시 2개의 Division으로 나뉘면서 각 Division의 1위, 즉 총 4개의 팀이 가을 야구에 진출하게 됩니다. 각 리그별로는 2팀이지만, 리그 내 두 Division이 서로 경기를 하기도 하기 때문에, 정말 특이한 경우에 잘하는 팀들이 한 쪽 Division에 몰리게 되면 운 좋게 다른 Division에 있다가 5할이 안 되도 1위를 해서 가을 야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처음으로 생기게 된 거죠. 그래서 이 1969년부터 1993년까지의 LCS/WS이 2 Round의 가을 야구부터 조사를 해 봤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도 적어도 각 리그가 2 라운드 구조로 12개 팀 중 2팀을 고르는 방식에서는 5할 이하의 팀이 가을 야구에 초대된 적은 없더군요. 그러나 선수 노조 파업으로 시즌 중반 중단되었던 1981년 시즌의 경우, 파업 전과 파업 후의 성적을 마치 KBO의 전후반기처럼 별도의 성적으로 간주해서, 결국 각 리그별로 전반기 1,2위, 후반기 1,2위가 먼저 경기를 치룬 후 승자들이 다시 LCS를 진행하고 그 뒤 WS를 진행하는 3 Round 구성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12개 팀 중 4개팀이 가을 야구를 하는, 이른바 진출 확률이 높아지게 되니, 5할이 안 되는, 50승 53패의 Kansas City가 가을야구에 초대 받았죠. 그래도, Kansas는 진출하게 된 이유가 되는 후반기 성적은 30승 23패로 5할이 넘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Arizona D-Backs가 참여하게 된 1994년 Expansion 이후로는 각 리그가 3개의 Division으로 나눠서 각 Division 승자와 Division 2위 중 WC를 뽑는, 리그가 총 14개 또는 16개 팀에서 4개 팀을 뽑는 가을야구를 초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죠. 확률이 높아진만큼 5할 이하 팀이 진출할 경우도 생길만 한데.... 그런데 여기도 실제로는 초창기 MLB의 한 리그처럼 6개팀이 모여서 만들어진 Division에서 1위를 뽑고, 3개의 Division에서 제일 잘한 2위를 뽑으니, 비록 division간 시합은 있더라도 5할 팀이 나오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현행의 Wild Card를 가장 잘한 2 팀을 뽑는(2012년부터) 즉, 각 리그의 15팀 중에서 5팀이나 뽑는 제도에서도 한 번도 5할 아래의 팀이 뽑힌 적이 없더군요.

KBO도 좀 더 자세히 뒤져봤습니다.

1982년 시작된 KBO는 처음에 전후기리그 1위팀이 코리안 시리즈를 벌이는 제도를 가져갔습니다. 즉 6팀 중에서 2팀이나 뽑는, 현재의 MLB의 가을 야구 진출확률을 처음부터 가졌드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팀도 5할이 안 되는 팀이 올라간 적은 없죠. 삼성이 져주기까지 하며 상대로 선택했던 롯데도 1984년 시즌 전체 성적은 50승 2무 48패로 5할이 아슬아슬 넘었습니다.

라이언즈가 통합 우승한 1985년 때문에 1986년부터는 전후기에서 1,2위 팀이 서로 맞상대하는, 새로 창단한 빙그레를 포함해 총 7팀 중 최대 4팀이나 진출할 수 있는 가을 야구가 펼쳐졌죠. 물론 전기와 후기 모두 2위안에 들면 코리안 시리즈 직행하기도 해서 실제로는 가을야구에 가는 팀이 4팀보다 적을 수도 있긴 했지만요. 이 방식은 1988년까지 유지되었는데, 이 때도 전체 시즌이 5할 아래인 팀이 진출한 적이 없었네요.

1989년부터는 다시 단일 리그제로 정말로 가을야구 진출 확율이 50%가 넘는, 즉 7팀 중에 4팀이 올라갈 수 있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그 일이 벌어졌는데, 바로 삼성이 시즌 4위인데 57승 5무 58패로 승률이 5할 이하인데도 가을 야구에 초대되었죠. 물론, 이 때 김성근 감독의 태평양에게 바로 준플에서 탈락했지만요. 

그리고 한 해 건너 1991년에는 쌍방울이 리그에 참가해서 8팀으로 늘어나 가을야구 초대 확률이 50%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롯데가 61승 3무 62패로 가을야구에 초대받았지만, 준플에서 삼성에게 져서 눈물을... 

그러고는 한동안 없던 5할 이하 가을야구 손님은 1998년에 OB란 이름을 마지막으로 달고 리그에 참여한 곰돌이 차지였죠. 

1999년부터 2000년까지는 양대리그 체제였는데, 이 때는 한 쪽 리그 3위가 또 다른 리그의 2위보다 성적이 좋으면 가을 야구에 초대를 받는 방식이라 8개 팀 중 최대 5개팀이 가을 야구에 초대 받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다행히(?)도 5할 아래의 팀이 가을 야구에 놀러 간 적은 없네요.

2001년부터 다시 단일리그로 4위팀까지 가을야구에 진출하는데, 이 첫 해에 한화가 무려 61승 4무 68패의 성적에도 가을 야구에 참여했죠.  그리고는 2001년 이 시즌부터 전화번호 순위를 찍었던 롯데가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2년 연속 가을 야구에 진출했지만 66승 67패로 5할이 안 되었죠.

그다음은 2014년의 엘쥐입니다. 2013년 무려 12년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받은 엘쥐가 놀랍게도 2년 연속으로 가을 야구에 갔지만, 그 성적은 62승 2무 64패.....

그리고 2015년부터는 와일드카드제가 도입되면서 10팀 중에 5팀이 진출하는 다시 참가팀 반이 가을야구에 초대받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는데, 그 첫 해인 2015년에 4위 넥센과 무려 9게임이나 차이나던 SK가 역대 2번째로 낮은 성적인 69승 2무 73패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었습니다.

생각보다 KBO에는 꽤 되네요. 물론 이 5할도 안 되는 팀들이 우승한 적은 없지만 말이죠.

재밌는 건, 전후기나 양대리그처럼 잘하는 팀과 잘 못하는 팀이 양쪽으로 갈릴 확률이 높았던 경우에는 단 한번도 5할 미만 팀이 진출한 적이 없는데, 단일리그일 때, 특히나 신규 팀이 참가한 이후에 첫 해나 그 2~3년 아래에 그런 경우가 많이 발생하네요. 아무래도 신생팀이 참여하면서, 팀간 실력차가 벌어지는 시점에 그련 경우가 종종 발생하네요. 

어쩼든, KBO의 흥행을 위해 포스트 시즌을 늘려야 하기 위해 가을 야구 초대 손님 수를 늘리는 건 이해하겠지만, 바로 윗 순위 팀과 너무 격차가 나는 팀들을 초대하는 건.... 그리고 올해는 지난 7번과 달리 가을 야구에 5할 이하 팀이 2 팀이나 진출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니.....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게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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