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3일 금요일

[후보이야기 047]LG 신임 감독 김재박

내 나이 또래에게 있어서 '김재박'이란 이름은 1982년 가을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세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이자 우승팀을 결정하던 경기에서 2:1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그 유명한 개구리 Jump를 해서 Pitched Out한 공을 스퀴즈 번트로 성공시켜 동점을 만든 장면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 뒤에 한대화의 3점 홈런으로 역전 우승한 건 한국 프로야구 중흥을 위해서라도 대단한 사건이었다는 건 다 아는 사실. *여기서 한 가지 잠실 구장 첫 홈런의 기록은 당시 고교야구 선수였던 류중일-현 삼성 코치-의 몫이었다)

그 뒤로 이해창 선수와 함께 MBC 청룡을 통해 프로 데뷔를 했으나 솔직히 MBC는 내 관심 밖이었고, 그리 잘 하는 팀도 아니라(MBC의 후신인 LG가 팀 인수하고 창단한 1990년에 신인 김동수를 앞세워 첫 우승 차지) 김재박의 프로야구에서의 활약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유격수라는 포지션에서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OB(두산의 전신)의 류지훤 선수(두산 코치 역임 후 김인식 감독 따라 현재 한화 코치 역임 중)가 더 잘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MBC에서 은퇴하라는 압력에 태평양으로 이적했다가 태평양의 후신인 현대의 감독으로 다시 등장했는데.... 아시다시피 작은 야구의 전도사로서 개인적으로는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수비를 중시하는 건 둘째 치고 저 스퀴즈로 대변되는(적어도 주인장에게는) 작전 야구가 정말 싫다고나 할까... 6점 이상 이기는 경기의 8회가 되어서도 무사 1루 주자가 나가면 번트를 대는... 거기에 정말 자잘한 것들에 툭 하면 심판에게 항의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역대 최고의 유격수라는 이미지보다 심한 말로 '좁쌀 영감'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올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재임명되어 성적순, 실력순으로 뽑았다고 해놓고는 부상으로 골골대는 구대성, 김동주 등등을 뽑았다가 거부당하고는 화만 버럭 냈는데... 그가 뽑은 선수들 일면을 보면 당시 자신의 소속팀의 병역 미필의 올해 반짝한 선수들도 포함시켰다. (2006년 한 해의) 성적순이면 이해가 가지만, 그럼 올해 죽 쓴 김동주는 무엇인가? 음 실력순인가.. 왠지 그에게서는 정치가의 냄새가 난다.

근데, 그런 그가 자신을 팽했던 MBC의 후신인 LG의 감독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전보다도 목소리를 높이고 했다.

솔직히 올해 프로 야구가 관심 받은 건 어찌 되었던 간에 포스트 시즌 덕분이다. 그 안에는 가장 1등 공신은 김인식 감독의 한화이긴 하지만, 현대도 있었고 삼성도 있었다. 특히나 3게임 연속 연장을 가는 KS는 명승부중 하나였다. 그런 좋은 게임을 해준 한화와 삼성이었다.

올해는 누가 뭐랬던 건 간에 WBC의 바람이 불어서 올 한 해 흥행 성공할 거라고는 해 놓고는 작은 야구로 일관한 1,2위(1위는 삼성이다. 그럼 2위는? 바로 김재박의 현대다) 덕분에 한 해 완전 죽 쓰고, 스케일 큰 야구를 하던 두산도 작은 야구를, 그리고 관중 동원력 1,2위의 LG 2팀(롯데 자이언츠와 LG)의 최악의 성적 덕분에 더욱 바닥을 기고 말았다.

그런 올해 프로야구를 내년에 희망을 가지게 한 건 바로 포스트 시즌의 성공이었다. 근데 그런 포스트 시즌의 성공을 이끈 팀을 씹어대기 시작하고 있다.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자. 선동렬 감독의 야구는 스승 김응룡 사장의 야구가 아닌 김재박 감독의 야구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문파를 따지면 둘은 사형-사제 지간이라고나 할까... 그만큼 작은 야구, 작전으로 통하는 야구를 지향하고 있다. 그만큼 (주인장에게는) 둘은 동급이고, 고로 (주인장에게는) 재미없는 야구이다. 그런 그가 선동렬의 야구, 크게는 삼성의 야구를 욕하고 있다.

LG와 삼성의 모 기업 간의 라이벌 구도 때문이라고 십분 이해 해보려고 해도... 이건 좀 오버다. 삼성이 돈을 많이 썼다면, LG 또한 돈을 많이 썼다. 해태로부터 홍현우 데려오고, 또 잠시 동안이지만 양준혁도 데려오고... 거기에 돈 투자한 거 보면 솔직히 장난 아니게 썼다. 근데 돈 썼다고 뭐라고 그런다....

삼성이 데려간 현대 선수들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 쌓인게 많다라... 그건 현대에 대해서 다른 구단이 이전에 가졌던 감정과 똑같다. 프로 입성이 안되니까 아마 현대 야구단을 만들어서 국가 대표들 다 끌어 모아 놓고는 전부다 바보 만들고, 거기에 그 아마 현대 야구단 선수들을 가지고 프로 현대 유니콘즈 만들 때 톡톡히 이득 본 게 바로 당시 재계 1,2위를 다투던 현대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 수혜자가 바로 김재박 감독이었고
(아마 현대구단에는 문동환, 문희성, 강혁 등등 1996년 Atlanta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롯데 1차 지명이었던 문동환은 구단간의 담합 덕분에 롯데에 당연히 가야 할 게 현대의 1번을 맡게 될 전준호를 주는 조건으로 바꿨고, 뭐 다른 선수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망해가는 쌍방울에서 박경완을 김재박 감독 표현에 따르면 돈으로 끌고 오고, 해태 연고인 신인 선수 박재홍을 사전 접촉해서 해태와의 협상을 결렬 시키고 옮김 구단도 바로 현대다.

즉, 그 정도 돈 투자해서 우승 못하면 바보라는 선동렬의 야구, 삼성의 야구는 다시 말해 1990년 후반 김재박의 야구와 다른 게 뭐가 있나...

주인장은 프로 구단은 투자는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대신 성적으로 이야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재미가 더 우선이지만... 그렇지만, 한국의 프로 스포츠 운영 시스템 상 광고 효과가 클 수 밖에 없는 성적이 우선이고 재미는 뒷전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재미 없는 경기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뛰는, 고생하는 선수들에게는 제대로 된 대접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싹슬이니 돈X랄이니 하지만, 적어도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대접을 해준다는 점에서 구단들이 선수들에게 쓰는 돈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연습 구장 등등의 제반 시설도 제대로 대 주는 구단이 몇이나 되나 (솔직히 9번 우승한 해태의 구단 운영을 보면 정말 갑갑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장은 비록 Favorite은 아니지만 삼성을(적어도 구단 운영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가장 응원을 열심히 하는 두산보다도 좋아한다. (다행히 축구에서는 구단 운영을 잘 하는 구단과 내가 좋아하는 구단이 같다. 수원 삼성, Forza Blue Wings!)

지금 한국 프로 야구는 그나마 포스트 시즌에서의 성공과 거물급 신인들의 등장으로 다시 한 번 날개짓을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이른바 한국 프로야구 최고 연봉의 감독 대우를 받는(음... 돈이군) 사람이 선의의 경쟁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일단 상대방을 긁어 내리기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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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고 라이벌 관계를 끌고 가고 싶어하는 건 좋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올 시즌 중도 하차한 이순철 감독을 떠올리게 하는 건 그의 말도 말이지만, 프런트가 안 바뀐 LG 트윈스가 과연 환골탈퇴 할 수 있을까?

@술 기운에 조금 열 받아 글을 남기지만... 적어도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 저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끄적 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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