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16일 수요일

[후보이야기 001]61*

케이블 TV에서 하는 '61*'라는 영화를 봤다. 야구 특히나 MLB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다 알만한 '61*'인데....

야구 선수 Roger Maris가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 61개를 세우던 해의 얘기를 그려놓은 영화인데 제작자가 알고 보니 Billy Crystal(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남자 주인공 배우)이더군.. 이 사람 원래 New Yorker라서 New York을 배경으로 한 영화도 많이 찍고 또 고향팀인 Knicks라던지 Yankees의 경기에 자주 관람하는 모습이 나오곤 한다.

얘기가 샜는데 원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위인전기에서 봤을 만한 같은 Yankees 소속의 Babe Ruth이다. 1927년에 60개의 홈런을 쳤는데 이 당시 다른 AL 소속 팀 홈런 총 수를 합쳐도 Babe Ruth보다 적었으니 그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는 알만하다...

아무튼 이 대단한 선수 덕분에 모든 미국인들은 Babe Ruth를 영웅시 대접했고, 그의 기록은 절대 깨져서는 안되는 불가침의 영역으로 놓고 싶어했다.

1961년 시즌은 시작되고 전년도 MVP인 Roger Maris와 Yankees의 대표선수인 Mickey Mantle이 쉴새없이 홈런포를 가동하기 시작해서 언론에서는 과연 Ruth의 기록이 깨질 것인가.. 그리고 누구에 의해 깨질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대단했다.

그런데, 여기서 악명높은 MLB 총재 'Ford Fick'이 Ruth의 기록은 154경기만에 이루어진 것이고 1961년부터 162게임으로 시즌 경기수가 늘었기 때문에 154 경기 안에서 기록이 깨질 경우만 인정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인정 못한다는 말도 안되는 BullS**T 같은 선언을 해버렸다.

거기다 더 문제가 된 것은 Mantle은 Career동안 Yankees에서만 뛴 선수였던데다가 언론과 친분도 있고 사교적이어서 인기가 많았던 반면, Kansas 시골 출신의 Marris는 언론이 좋아할만한 Gossip거리 하나 없는 모범생 타입의 선수였고, 시즌이 더 해갈수록 언론의 과도한 관심에 부담감을 느끼고 언론을 피하기 시작... 결국 언론에서는 Ruth 기록을 깨져서도 안 되지만 만약 깨진다면 Marris같은 촌뜨기 야구만 할 줄 아는 놈이 깨면 안되고 Mantle같은 영웅 기질이 있는 사람이 깨야 한다는 식의 논조를 펼쳤고 이에 팬들도 부화뇌동했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Mantle은 부상으로 레이스에서 아웃이 되고 Marris는 154경기만에 60개의 홈런은 못치고 그 이후 8경기에서 홈런을 추가하여 결국 시즌 마지막 날 홈런 1개를 치며 61개의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렇지만 F**king Ford Fick에 의해 다른 종류의 시즌에는 다른 기록이 필요하다며 Ruth의 기록이 Ratio로 봐서는 대단하므로 60으로 기록하고 Marris의 기록은 참고자료라며 '61*'이라고 남기게 된다.

영화는 이 한 시즌을 Mantle과 Marris의 우정, 그리고 Marris의 기록 달성을 위한 힘든 나날들을 잘 그려 놓았다....

보면서 울기도 하고 그랬는데....

얘기가 왜 이렇게 길어졌지...

1981년에 MLB에 새 총재가 취임하면서 두 기록은 통합되어 Marris의 기록만이 유일한 기록으로 인정받게 되었지만 이미 Marris는 세상을 뜬 뒤였다. 몇년 전 Big Mac과 Sosa의 홈런 경쟁으로 재조명 받게 된 Marris의 얘기를 보니 기분이 괜찮았지만... Big Mac과 Sosa의 경쟁에서도 흑백 논리로 Big Mac만을 응원하던 당시 언론 분위기를 생각하면 조금은 씁쓸해진다...

@에공 난 역시 얘기가 길어지면 배가 산으로 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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